251201_십이월의 시작은 「自立支援医療」 신청


    덧없이 흐르는 시간. 
    어제처럼 느껴지는 여름과 가을.
    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시작된 12월.


    화병에 꽃아둔 가베라.
    언제인지도 모르게 꽃이 뚝 떨어져 있었다.
    고생했어. 그동안 참 예뻤단다.


    일본에도 정신장애자 지원 제도가 있어서 신청하러 다녀왔다.
     
    제도 이름은 「自立支援医療」
    내가 지정한 병원과 약국 각각 한 곳에서의 정신과 관련 치료 비용 부담을<30% → 10%>로 1년간 바꿔 주는 제도다.
    그에 따라, 급여 치료의 70%는 기존 그대로 건강보험 측에서, 10%는 내가, 나머지 20%를 시군구에서 부담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큰 돈이 들어가는 진단서 발급이나 카운셀링은 비급여라서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작년 수입에 기반해서 매달 본인부담금의 상한액이 정해진다. 상한 기준은 0엔부터 2만엔까지 있다.
    나는 작년 수입이 높았기 때문에 상한액이 2만엔으로 결정됐다. 
     
    즉, 앞으로 1년 동안은, 정신과 치료 비용(진료비&약값)을 10%만 부담하게 되고, 한 달간의 개인부담금의 합산액이 2만엔을 넘을 경우, 그 이후부터 발생하는 개인부담금은 0엔이다.

    12월 1일의 복장. 서울로 치면 10월 같은 날씨였다.

     
    개인적으로 이 제도에 관해 아쉬운 점을 기록해 두고 싶다.

    1. 제도의 존재 자체를 너무 늦게 알았다.

      이 점이 가장 불만스럽다. 참고로 나는 이 제도를 Chat GPT 한테 우울감 호소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잘 생각해 보면 일본 같은 나라에 지원 제도 하나 없겠냐마는, 병에 걸린 사람은 생각보다 그런 쪽으로 머리가 돌아갈 여유가 없다.
      해당 제도는 사용 가능한 병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접수처 근처에 포스터라도 붙여 놓든지, 초진 때 안내라도 해 주면 좋았을 텐데.

    2. 신청에도 돈이 든다.

      시약소, 구약소에서 신청하는 것 자체는 돈이 들지 않는다.
      다만, 그 신청을 위해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야 하는 게 비용이 발생한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5,500엔.
      앞으로 통원할 일이 줄어든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도인 셈이다.
    3. 신청 이전의 치료 비용은 일체 지원해 주지 않는다.

      늦게 알고 찾아왔다고 해서 이전 치료 비용까지 지원해 주지 않는다.
      혹시라도 진단서 발급일부터 지원 가능한지 물어 봤는데, 얄짤 없더라. 무조건 제도 신청일부터 1년간 유효하다.
      처음부터 신청하고 정신과 다녔다고 가정하고 대충 계산했을 때 25,000엔 정도 절약되던데, 어차피 내야 할 돈 낸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체념했다.

    오후 두 시 정도에 밖으로 나왔다. 따뜻하고 맑은 날씨.
    시린 겨울 하늘이 아닌, 청명한 가을 하늘이 있었다.

    12월 1일의 단풍. 서울에 비해 도쿄는 참 따뜻한 도시라고 매해 느낀다.

    예전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좋아했다.
    이제는 실구름이라도 한두 점 떠 있는 하늘도 좋다.
     
    오랜만에 늘어놓인 전선을 보고 '일본스럽다'고 느꼈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감각이라 이질적이었다.
    일본 생활 이런 연차에도 느낄 수 있구나.
    무엇보다 전선을 똑바로 볼 수 있음에 살짝은 기뻤다. 이젠 마냥 괴롭진 않아.


    이렇게 따뜻한 날씨에도 귤은 주렁주렁 열린다.
    사실 귤은 아니고... 한라봉 사이즈였는데 무슨 과일인지 모르겠다.
    하도 탐스러워서 30초 정도 멍하니 올려다 봤다.
    안 무겁나? 떨어질 법도 한데 제대로 영글고 익을 때까지 꼭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는 참 강하구나.


    얼마 전에 이온몰에 갔다가 잠만보 캐릭터 발견.
    이렇게 뜬금없는 곳에서 사소하게 포켓몬을 만나게 되는 것 역시 일본스럽다.
     
    완전 여담인데, 잠만보는 초창기 닌텐도 설립 멤버를 모델로 만든 포켓몬이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본인의 만족도를 묻고 싶다...


    얼마 전 새롭게 발견한 일본스러움. 
    자판기 맨위까지 손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제품에 번호를 매기고 밑의 버튼으로 구매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일본에 살다 보면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을 때가 종종 있는데, 오랜만에 새로운 배려를 인풋했다.
    그러게. 모두가 맨위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게 아닌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음료 브랜드 이토엔(ITOEN)에서 내놓은 신상 음료.
    결론부터 말해서 진짜 비추.
    해시태그에 '마시는 디저트' 라고 적혀 있는데,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 표현 그대로다.
    너무 달아서 한 모금 마시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밤맛도 알겠고 우롱차 맛도 알겠는데, '이걸 이렇게...?' 싶은 부조화인데다 혈당 쇼크 오기 딱 좋음.
     
    그러고 보니 한국은 혈당 관리에 열심인 반면, 일본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종종 서울에 돌아가면 <제로슈거> 시장이 점유율을 매섭게 올리고 있는 게 눈에 띈다.
    그에 반해 일본은 아직 미지근한 반응이랄까. 체지방 줄이는 녹차나 논알콜 맥주는 열심히 만드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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