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X_누군가를 위해 목소리를 낸다는 것

    복직 2주차의 끝자락. 도쿄에도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밀렸던 사내 교육이나 각종 신청을 완료했다. 방학 끝자락에 몰아서 하던 숙제들이 왠지 생각나더라고.

    여러모로 배려해 주시는 윗분들 덕분에, 당분간은 프로젝트를 쉬기로 했다.

    그토록 염원했던 "Available" status. 막상 겪어 보니 조금은 초조한 느낌.

     

    생존 신고도 할 겸, 오프라인 사내 회의에 출몰하는 중.

    만나는 사람마다 "무리하지 말구...", "천천히 해도 돼", "괜찮아?" 등등 걱정어린 친절한 멘트를 넘치게 받고 있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져야 할 것 같은 기묘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고마우면서도 한켠에 작게나마. 작게나마.


    복직 후 첫 출근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남겨 봤다. 회사에서 사진 진짜 안 찍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사내윤리위원회'로부터 메일이 왔다.

    아웃룩에 기밀 회의가 잡혀 버렸다. 회의 안건도 목적도 모른 채.

    '기어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 버린 건가...!' 싶어서 정말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뭐... 그간의 행실을 반추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어 줬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제3자가 나를 피해자로 소위 '사내고발'을 했다고 한다.

    나를 우울증 및 휴직으로 이끈 그 프로젝트에 관해서.

     

    어안이 벙벙한 와중에, 나는 8개월 전의 일에 대해 피해자로서 증언을 요구받았다.

    30분의 미팅에서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솟구치고 흘러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가도,

    계속 한 가지 사실만이 뇌리에 남아 맴돌고 맴돌고 맴돌았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목소리를 내어 줬다니.

    황궁 뜰에서 즐기는 디저트 타임. 점심이 되면 가끔 잔디밭에 앉아서 도시락도 먹고 멍도 때리던 추억이 떠올랐다.


    '라뒤레(laduree)'에서 마카롱을 샀다.

    오랜만에 갔더니 기간한정으로 못 보던 맛들이 있더라. 카시스, 딸기&바닐라 등등 골라 봤다.

     

    이것저것 먹어 봐도 가장 좋아하는 맛은 장미맛.

     

    처음 라뒤레에서 맛본 마카롱이 장미맛이었는데, 그때 느낀 좋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베르사유 궁전 한켠에서 팔고 있던 마카롱.

    장미정원 벤치에 앉아 베어물었던 한입.

    향긋하고 달콤한 맛. 돌고 돌아 장미맛.


    가습기 주변 바닥이 물 엎질러 놓은 듯 흥건한 걸 보고 경악을 금치못했다. 배스타올 한 장 뚝딱임...


    가습기를 하나 샀다.

     

    분명 내가 산 건 가습기인데,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건 분수쇼.

    이것은 무릉도원 구름 제조기. 이런 구경을 또 어디 가서 하나. 오히려 좋아(?)

     

    해결책으로 히터 바로 밑에 설치. 히터 바람을 따라 무릉도원 분수가 흩어지도록.

    그렇게 하니 어찌저찌 물웅덩이 생성은 막으면서 쓸 수 있게 됐다.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뭐... 어차피 히터 때문에 건조해서 산 거니까...


    스타벅스 직원들의 핸드벨 연주, 야마하 음악원 학생의 기타 연주


    내가 자주 가는 스타벅스는 좋은 의미로 독특하다.

     

    점장님이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중시하는 분이신지, 소소하게 여러 이벤트가 열린다.

    사진처럼,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매장 한켠에서 작은 연주회를 연다든지. 연주자는 근처 야마하 음악원의 학생으로 한다든지.

    커피 공부회를 연다든지. 주부들의 담소 이벤트를 연다든지. 아이들 방학 숙제 콘텐츠로 일일 커피 체험 이벤트를 연다든지.

     

    서울에서도 일본에서도 스타벅스 참 여러 곳 다녔는데, 이런 곳은 처음 본다.

    이 장소를 접점으로 모르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같은 추억과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는 게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도 자영업을 하게 된다면, 커뮤니티가 생성되는 계기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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